유난히 추웠던 1월 나는 입대를 했고 하루 일과의 시작은 해가 뜨기 전이었다.
연병장에서 아침 조회를 할땐 세찬 입김과 밝은 달과 빼곡한 별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잠깐잠깐 보게 되는 달을 볼 때마다 생각이 들었다.
같은 달을 보고 있는, 같은 달 아래에 있는, 같은 달이 비추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으며, 무엇을 이루고자 앞으로 나아가는가.(다른 사람들은 자는데 억지로 끌려온 나는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던 거 같다.)
이를 시작으로 드문드문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침 7시 야간 근무를 끝내고 퇴근을 하니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와 아직 지워지지 않은 달과 이제 올라오려는 해가 나를 맞아줬다.
이른 주말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고 오늘이 일요일이라는것을 글을 쓸 때 깨달았다.
그리고 의미 없는 물건은 없을것이라며 어떤 것을 보더라도 혼자 머릿속으로 짧은 글귀를 써 내려가던 나는 희미해져 있었다. 희미해져 잔상만이 남아 있을 때쯤 붙잡은 것이 오늘 아침 퇴근길이다.
변변한 취미 하나 없고 시간도 자유도 부족하지 않은데 무엇이 나를 이리 삭막하게 만들었을까.
첫 야간근무를 무사히 끝마쳤다는 안도감보다 메말라가는 나에 대한 씁쓸함이 더욱 큰 일요일 아침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