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일은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카톡 생일 알림을 꺼뒀다.

3일 연속 출근의 첫날이기도 했고, 정말 많은 축하 카톡과 선물들을(자랑 아님 진짜임;) 모두 쳐낼 힘이 없었다.

나는 받은 것은(또는 빚진 것은) 잊지 말자는 고집을 갖고 있어서 내게 선물을 준 사람들을 한 곳에 정리해두고, 그 사람의 생일이 되면 받은 것과 엇비슷한 선물을 주고 체크를 한다. 계산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그냥 받은 만큼만 주고 싶다. 물론 내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에겐 그렇지 않다.

당연히 예상했던대로 예년보다 사람들의 연락이 줄었다. 많이 줄었다. 근데 놀라웠던 것은 당연히 챙겨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오지 않았던 것과 생각도 못했던 사람에게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몇 년 만에 연락을 준 분도 있었다. 생일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달력에 표시해뒀단다. 감동받아서 진짜 광광 우럭따;;

사람일은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인지는 그 사람만 아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절대 모를 거다. 내가 가벼이 여겼던 연 조차도 상대방에겐 중요한, 잊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는 것을 망각해왔다. 물론 날 별로 신경 안 쓰던 상대방이 우연히 알게 되어 연락을 해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타이밍이다. 이 타이밍을 기점으로 우린 어떤 사이가 될지 모른다. 더 나은 사이가 될 수도, 지금같이 소원한 사이를 유지할수도, 아님 그냥 지나가는 사이가 될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영역 안에 들어온 이상 내가 그냥 나가게 두진 않을 거란 것이다.  여러모로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던 생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생일이었다.

긴장해라. 소매 넣기 들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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